십자가 - 윤동주

나비girl 2017. 2. 2. 15:24


십자가


쫓아오던 햇빛인데

지금 교회당 꼭대기

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.


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

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.


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

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,


괴로웠던 사나이,

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

처럼

십자가가 허락된다면


모가지를 드리우고

꽃처럼 피어나는 피를

어두워가는 하늘 밑에

조용히 흘리겠습니다.